😵‍💫 SNS 마케팅 없이 성공한 이상한 브랜드

나같은 콘텐츠 마케터는 어떡하라고 우뜨카라고 어떡콰라고

2025. 11. 12.

2025 / 11 / 13 / NO.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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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케팅 하지 않는 러쉬(LUSH)는 이렇게 일한다

안녕하세요, 오프라인 마케팅 인사이트를 찾아 오늘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야근중입니다!🏃🏻‍♀️💨

길을 가다가 ‘어 이 냄새는..?’ 하고 익숙한 향기를 쫓아 시선을 돌린 적 없으신가요? 지하철역에서 풍기는 따듯한 델리만쥬, 겨울 거리의 붕어빵처럼 길을 걷다 스친 냄새 하나로 ‘아, 주변에 OOO 있나?’ 하고 자연스럽게 떠올릴 때가 있죠. 실제로 후각은 오감 중 유일하게 인간의 감정, 학습,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과 바로 연결되는 감각이라, 시각이나 청각보다 오래 기억된다고 해요.

그래서일까요, 길을 걷다 문득 맡은 입욕제 향만으로도 ‘근처에 러쉬(LUSH) 있다!’ 하고 바로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어요. 러쉬 향은 강남역의 긴 대로변 양쪽이 ‘러쉬 향이 나는 거리'와 ‘러쉬 향이 나지 않는 거리'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렬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렇게 향으로는 익숙한 러쉬를 광고에서 본 적은 거의 없지 않나요? 그 흔한 TV에서도,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말이에요. 러쉬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노출’을 위해 경쟁할 때, 오히려 스스로 소셜미디어를 떠난 브랜드입니다. 러쉬는 2021년을 마지막으로 주요 플랫폼 활동을 중단하고, 오프라인 체험과 실천 캠페인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했어요. 소셜미디어의 역기능인 사이버 괴롭힘, 가짜 뉴스 등이 불러일으키는 문제가 러쉬가 지향하는 진정한 휴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TV 광고 ❌ 인플루언서 협찬 ❌ 소셜미디어 ❌
이렇듯 ‘無' 마케팅 전략임에도 연매출 1,200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 중인 이상한 브랜드, 러쉬(LUSH).

오늘 야외 근무 보고서에서는 러쉬가 SNS 광고비 대신 현장 경험에 투자해 브랜드 팬덤을 만든 전략을 함께 파헤쳐볼게요.

🧼 ‘러쉬스러움'을 보여주는 매장 철학

‘어? 이 샴푸 좀 궁금하다’ 하고 다가갔다가, 어느새 세면대 앞에서 머리를 감김을 당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러쉬. 매장 직원들의 저세상 텐션과 사교성 덕분에 SNS에는 ‘내향인을 위한 러쉬 방문 꿀팁’부터 ‘직원이랑 번호 교환한 썰'까지 각종 후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요. 이건 단순히 친절한 응대를 넘어, 러쉬가 ‘매장 속 경험'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일반 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에너지와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 하나까지 모두 ‘러쉬다운 경험'으로 설계돼 있는 거죠.

또한 러쉬는 브랜드 체험에 특화된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요. 매장 안에 들어서면 포장되지 않은 비누와 입욕제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곳곳에는 세면대와 수건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제품을 가볍게 만지고, 잘라보고, 물에 넣어볼 수 있어요. 이에 고객은 매장에서 ‘재미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그 경험을 자발적으로 이야기하며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요. 이 선순환이 러쉬다운 팬덤을 만들어내고,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꾸준히 강화시킨 거예요.

이런 매장 경험을 한 단계 더 확장한 게 바로 러쉬 성수에서 열린 팝업 시어터였어요. 러쉬는 지난 9월, 성수 매장을 통째로 공연장으로 바꿔 ‘무명 배우의 욕실(The Unnamed Actor’s Bathroom)’이라는 체험형 시어터를 열었습니다. 99번째 오디션에서 떨어진 무명 배우가 욕실에서 실패의 상처를 씻어내고, 다시 100번째 무대에 서는 이야기를 입욕제와 버블바 향기 속에서 풀어냈죠.

공연은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되어 관객과 배우가 다함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춤을 추거나 포옹하는 등의 장면들이 이어졌어요. 이 독특한 몰입감 덕분에 현장에서는 뜨거운 환호를 받았을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어요. 실제로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러쉬 성수' 키워드의 네이버 월간 예상 검색량은 8월 210건에서 9월 600건으로 약 3배 급증했으며, 공연을 소개한 릴스 영상은 조회수 43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러쉬 팝업 시어터가 특별했던 이유는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고객이 있는 곳으로 직접 나섰다는 거예요. 그리고 매장을 넘어 성수동 길거리 전체를 브랜드 철학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고객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로 만들었고요. 러쉬는 매장을 제품 판매의 종착점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이 ‘체험'으로 전달되는 출발점으로 설계한 거예요.

💡 러쉬가 적중한 고객 퍼널
길을 지나가다 매장 발견 → 향/ 귀여운 문구/ 직원들의 친절함으로 매장에 입장 → 직원과 친밀감을 쌓아가며 제품 체험 → 몰랐던 사실들을 알면서 제품과 브랜드에 호감을 느낌 →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구매 → 경험을 자발적으로 공유

🚽 냄새 나는 곳엔 늘, 러쉬가 움직이는 방식

올해 38도 무더위 속, 15만 관중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캠페인이 있어요. 바로 야외 페스티벌에 향기로운 화장실과 함께 출동한 러쉬의 ‘프레시 워시룸' 프로젝트입니다. 러쉬는 고객이 가장 필요한 순간과 장소를 고민하다 여름 페스티벌을 떠올렸어요. 더운 야외 여름철에 땀과 냄새가 뒤섞인 장소. 그런 현장이 바로 러쉬가 말하는 ‘브랜드가 필요한 순간’이었죠. 그리고 러쉬는 그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만의 감각과 철학을 담은 이동식 화장실을 만들었어요.

프레시 워시룸 프로젝트는 매년 강원도 철원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각 화장실은 러쉬의 대표 향을 테마로 구성되어 콘셉트에 맞는 샤워 젤, 비누, 보디 스프레이, 퍼퓸 등이 배치되었고 본사에서 출동한 러쉬 직원들이 5분마다 화장실을 청소해서 불쾌한 냄새가 날 틈이 없었어요. 일반적인 페스티벌 화장실 관리 주기가 하루 3~4번인 걸 생각하면 거의 ‘호텔급 청결’을 유지한 셈이에요. 한 사람이 이용하고 나가면 공간을 처음 상태 그대로 리셋한 정도니까요.

화장실 근처에는 러쉬의 신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애프터 샤워 바도 함께 마련됐는데요. 화장실 밖에서도 이어지는 브랜드 경험은 페스티벌의 페인포인트인 ‘냄새'와 ‘청결'을 확실히 해결해 주면서 단순히 ‘러쉬가 향기로운 화장실을 제공했어'가 아니라 ‘러쉬 덕분에 내 불편함이 사라졌어'라는 더 깊은 경험을 남겼습니다. 러쉬는 고객이 진짜로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 순간을 찾아가 ‘체험’을 ‘브랜딩’으로 전환시킨 거죠. 이 캠페인은 DMZ 피스트레인을 시작으로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까지 총 세 차례 이어졌으며, 러쉬다운 대규모 캠페인을 보여준 사례였어요.

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러쉬 존 곳곳에서는 전자음악 아티스트 ‘키라라'와 협업한 ‘씻자송'을 흘러나왔는데요. 중독성 있는 가사와 리듬, 그리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직원들의 모습에 수많은 인증 영상이 올라올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또한 페스티벌이 끝난 후에도 러쉬 씻자송 챌린지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고요.

흥미로운 점은, 러쉬는 공식 SNS 계정을 운영하지 않음에도 이런 자발적 확산이 일어났다는 거예요. 브랜드가 직접 홍보하기보다 현장의 경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 퍼져나가는 구조를 만든 셈이죠. ‘씻자송’은 단순한 CM송이 아니라, 러쉬가 페스티벌 문화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 수 있게 한 장치였어요. 덕분에 페스티벌 콘텐츠가 공유되는 것만으로도 러쉬가 함께 홍보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요. 즉, 러쉬는 SNS를 하지 않는 대신, 팬들이 스스로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러쉬’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한 거예요.

🌿 환경과 사회를 사랑하는 러쉬의 진짜 실천법

러쉬는 자사의 제품을 광고하지 않는 것(Un-Marketing)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팀 대신 자사가 공감하는 가치와 추구하는 방향을 알리는 캠페인팀이 있죠. 캠페인팀은 다른 브랜드들처럼 제품 할인 프로모션, 스타 모델을 활용한 광고 대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가장 널리 알려진 프로젝트는 GO NAKED로, 과대포장에 반대하는 캠페인이에요. 실제로 러쉬는 전 제품의 약 66%를 포장재 없는 형태로 선보이고 있으며 포장 제품에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 및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공병 회수 프로그램인 ‘브링잇 백(Bring It Back, BIB)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러쉬 코리아는 매년 약 20%의 회수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약 38만 개의 공병을 회수해 재활용했다고 합니다. 유럽 전체가 연간 20만 개를 회수하는 점을 감안하면 러쉬의 메시지가 한국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이처럼 러쉬는 ‘친환경 실천’을 그저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이벤트로 소비하지 않아요. 회수, 재활용, 리필, 비건, 동물실험 반대 등 모든 가치가 지속적인 캠페인을 넘어 브랜드의 기본 운영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죠. 흥미로운 건, 이런 행동이 별도의 대형 광고비 없이도 브랜드 인식과 팬덤을 만들어낸다는 점이에요. 고객은 “좋은 브랜드다”라는 문구보다, “이 브랜드가 실제로 이런 일을 했구나”라는 경험을 통해 러쉬를 더욱 신뢰하고 기억하게 됩니다.

📢 러쉬만의 확산 공식

대부분의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출발합니다. 자사몰이나 브랜드 계정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발행하고, 광고를 통해 도달을 확장하며 매출과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요. 러쉬는 완전히 반대의 흐름을 택했어요. 오프라인 현장에서의 강렬한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고, 그 경험이 소비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확산되도록 설계한 거예요. 브랜드가 직접 메시지를 밀어 넣는 대신, 현장 경험이 스스로 퍼져나가는 구조를 만든 거죠. 이처럼 러쉬는 ‘광고로 확산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경험으로 확산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요.

🚫 브랜드가 버려야 할 것

캠페인마다 바뀌는 일회성 슬로건
단순 샘플 배포로 끝나는 이벤트
브랜드와 무관한 형식적 체험
‘우리는 좋은 브랜드입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캠페인

러쉬는 경험이 광고보다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 입소문이 광고보다 신뢰도가 높다는 원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광고 대신 매장 경험의 질을 높이고,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맞춰 등장하며, 다양한 오프라인 캠페인으로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직접 보여줬죠. 이런 ‘러쉬스러움'에 한번 반한 고객들은 러쉬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다가 환경과 사회를 중시하는 러쉬의 철학에 공감하여 더욱 충성고객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러쉬의 팬덤은 광고비로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브랜드가 설계한 감각의 경험과 진심 어린 실천을 통해 스스로 팬이 된 거죠. 결국 러쉬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단순합니다. 고객이 어떤 경험을 통해 뭘 느끼게 할지 집중할 때, 브랜드는 ‘인지’를 넘어어 ‘지지’를 얻습니다.

어쩌면 러쉬에게 온라인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들은 이미 오프라인을 하나의 미디어로 만들었고, ‘광고가 필요 없는 구조’를 완성했으니까요.

님의 브랜드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요? TV, 지하철, SNS 광고 속 3초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 속 3분을 남길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해보세요. 그 경험이 곧, 가장 오래 남는 광고가 될 테니까요. 다음 야근중에서는 또 다른 브랜드의 현장 전략을 들고 찾아올게요👋

📁 다음 주 야외 근무 보고서 미리보기: 이렇게도 한다: 이색 오프라인 마케팅 사례 N선

오프라인 마케팅하면 샘플링이나 팝업만 떠올리시나요?
하지만 요즘 브랜드는 훨씬 더 과감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현장으로 끌어당기고’ 있어요.

'남들이 몰라서 못 한 오프라인 마케팅 사례'를 살펴볼게요👀